““중간에 그만두려 했던 때도 있었고, 허무하고 허탈할 때도 있었어요. 그런데 막상 그 마음을 먹자, 되니 내가 얼마나 뮤지컬을 사랑하는지 알겠더라고요.”
슬럼프의 원인은 서경수 자신에게 있었다고 한다. 그는 “제 삶의 문제가 아니었고, 무대 위에서 표현해야 하는 몫을 제대로 해내지 못해 슬럼프가 찾아왔다”며 “야구선수가 제구가 안 되고 시속이 안 나오는 것처럼 노래를 시원하게 뻗어야 하는데 잘 되지 않았던 때였다”고 돌아봤다.
그 무렵 자신을 뛰어넘기 위해 냉정하게 상황을 바라봤다.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연습 외엔 없었다. ‘노력의 기준치’를 높여 문제를 해결하자, 그는 “그 때야 내가 오만했다는 것을 알 게 됐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서경수는 ‘일 테노레’를 아직 관람하지 않은 관객들에게 “절대 후회하지 않으실 거라고 말씀 드리고 싶고, 일테노레 가족들은 한 순간 한 순간 소중하게 담아내기 위해 행복하게 열심히 하고 있으니, 보러 와주시면 그 기대에 보답할 수 있게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전했다.
사랑, 꿈 그 모두를 쟁취하기 위해 오늘도 꿈을 꾸는 윤이선처럼, 서경수도 배우로서의 꿈을 계속 꾸며 자신이 사랑하는 뮤지컬에 자신의 모든 순간을 쏟고 있다. ”
“Q 윤이선은 노래를 잘하는 배우라면 누구나 탐내는 배역일 것 같다. 특히 오페라 장면의 클라이맥스는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준다. 이러한 캐릭터를 접근할 때 배우로서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지 않나. 바로 그 부분인 것 같다. 노래의 피치, 성량, 액션 등 여러 가지 기술적인 부분들을 앞세우는 순간. 당연히 해내야 하지만, 의식이 그쪽으로 가 있으면 (그 장면의 의미가) 퇴색될 것이라 생각한다. 오히려 그 노래를 통해서 세월, 마음, 순간의 정서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장면을 연기하며 기술적인 부분의 성취감보다는, 무언가를 표현함으로써 살아 숨 쉬고 있다고 느낄 때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 같다.
Q 뮤지컬 ‘오 캐롤’ ‘썸씽로튼’ 등에서 유쾌한 모습을 보여줬다. 반면 내성적인 윤이선과도 닮은 것처럼, 무대에서 자연스러운 모습들이 보인다. 실제 성격은 어떤 편인가. MBTI가 ‘I’(내향적)와 ‘E’(외향적)가 반반이다. 조용히 사색을 즐기거나, 진중한 면도 생각보다 많다. 그런 특징들이 대조적으로 있다 보니 그를 극대화해 무대에서 표현하려 한다. 윤이선을 연기하는 모습도 제 안에 있는 부분들이다. 그의 선한 면모를 표현하기 위해 평소 친구들이랑도 욕도 안 하고 있다(웃음). 윤이선은 욕을 안 할 것 같아서. 일상에서도 녹아들려고 한다. 관객들로 하여금 작위적이지 않고, 진짜의 순간처럼 느껴졌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거기에 해를 가하지 않게끔 표현의 정도나 선택 등을 신중하게 하는 편이다.”
“4∼5년 전 뮤지컬을 그만두려 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서경수는 “주어진 데 최선을 다하고 욕심을 부리지 않으며 했는데 내 기준이 잘못된 건지 내가 바라는 대로 흘러가지 않더라”며 “하지만 그때 정말 뮤지컬을 사랑한다고 느꼈다. 행복할 때는 당연히 뮤지컬이 좋다고 말하지만, 힘들 때 뮤지컬을 그만둔다고 생각하니 뮤지컬이 너무 좋아서 그렇게 못하겠더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에 안주하지 않겠다고 예고했다. “만족하면 하강 곡선을 그리는 경향이 있더라고요. 아프더라도 채찍을 계속 휘두르면서 앞으로 나아가겠습니다.””
“제가 주로 하던 발성은 아니라서 그 부분에 대한 고민이 컸어요. 노력하면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발전 속도가 굉장히 더디더라고요. 이대로 가다간 안 되겠다 싶어서 다방면으로 노력을 했죠. 해부학적인 레슨도 받고 성악가분들께도 도움도 받았고요. 지금도 레슨을 계속 받고 있어요. 조금 조심스럽지만 지금은 발전하는 느낌을 받고 있어서 너무 행복하게 공연하고 있어요.”
“노인의 모습으로 연기해야 하는 장면이 있어서, 최대한 많은 자료를 참고했어요. 주로 영화나 드라마 속 인물들의 모습을 관찰했 죠. 주변 배우들에게 자문을 얻기도 했고요. 하지만 노인을 ‘흉내 내고’ 싶지는 않았어요. 관객분들에게 정말 ‘노인 윤이선’으로 보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저만의 기준을 세우고 그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모습이 무엇일지 고민했어요. 그 외에는 대본 자체가 정말 탄탄하고 명료해서 제가 더 고민할 게 없었어요. 흐르는 이야기에 몸을 맡기면,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심장이 뛰고 감정이 표출되는 작품이에요.”
““‘일 테노레’는 이야기가 탄탄해서 인물을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었어요. 작품에 몸을 담그면 심장이 저절로 움직였죠. 가사나 음악 선율이 ‘인간 서경수’를 자극해서 울컥하는 부분도 있는데요. 배우로서 그런 감정에 너무 젖으면 안 돼서 최대한 진실하게 연기하려고 했어요. 물론 결과는 만족하지 않습니다. 만족하는 순간 하강곡선을 그리더라고요. 하하하.””
“서경수가 맡아 연기하고 있는 ‘윤이선’은 부모님이 정해주신 대로 의사가 되는 길을 걷던 내성적인 모범생으로, 오페라에 천부적인 재능을 발견한 후부터 성악가가 되는 꿈을 꾸게 되는 인물이다. ‘윤이선’이라는 배역은 서경수에게 배우적으로도, 인간적으로도 큰 의미로 다가왔다.
“정적이면서 성장해 나가는 역할을 맡은 것도 오랜만이고, 주연을 맡은 것도 오랜만이다. 그래서 정말 행복했고, 그만큼 아픈 시간도 있었다. 또, 작품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너무 좋아서 욕심부려 이대로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이 저의 원동력이자 기둥이자 삶의 바탕이다. 예전에 어머니가 “경수야 너무 조급해 하지마. 인생은 마라톤이야. 천천히 걸어가면 돼”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는데 그 말이 참 위안이 됐다. 이후에 지금에 만족하고 항상 감사하며 살려고 한다. 천천히 행복하게 지금 이 순간을 만끽하면서 미래를 향해 한 발짝씩 나아가자라고 생각하고 있다.
친형도 내 삶의 원동력이다. 극 중 ‘윤이선’이 형을 우러러보는 것처럼 나도 형을 존경한다. 형과 나는 우애가 깊다. 형을 무슨 일이 있어도 나를 지켜주는 사람이고, 내게 형은 뭐든지 다 줄 수 있을 정도로 사랑하는 존재이다. 이번 작품 하면서 형과의 추억들이 많이 떠올랐다.”